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
ANYANG PUBLIC ART PROJE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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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topia10

그날 새벽 안양, 유토피아를 꿈꾸는 사람들 / 안양의 소리

안양의 지명은 극락정토, 즉 괴로움이 없이 지극히 안락하고 자유로운 세상을 뜻한다. 작가 송상희는 이 이름 그대로 일종의 유토피아로서의 모습을 찾아, 어느 도시에서나 발견할 수 있는 우체국, 공원, 전통시장에서부터 농축산검역본부, 국립종자원, 전파연구소, (구)서이면사무소처럼 둘 없는 장소들까지 안양의 곳곳을 답사한다. 그 결과 발견한 것은 모두가 평안한 이상사회라고 하기엔 안양 역시 특별할 것 없는 가장 보편적인 도시라는 점이다.

그러나 새벽에 드러나는 이 도시의 풍경에서 작가는 평범한 포장 아래에 은페된 안양의 이면을 감지한다. 인간 생활을 편안하게 만들어주기 위해 나타난 여러 국가 기관, 학교, 여가 시설 등이 실은 인간세계를 분류하고 검열하는 검은 시스템일지 모른다고, 그래서 개인의 사생활은 소멸되고 거대한 기획에 의해 조종되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작가는 의문을 던진다. <그날 새벽 안양, 유토피아를 꿈꾸는 사람들>은 평온한 듯 보이는 모습 뒤에 사실은 인간 세계를 세뇌시키는 세력이 있다는 가상의 설정 하에, 작가가 상상하는 유희적인 디스토피아의 이야기이다.

작가는 <그날 새벽 안양, 유토피아를 꿈꾸는 사람들>을 만들어내기 위해 1967년에 쓰여진 문윤성의 『완전사회』,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 (1932), 조지 오웰의 『1984』 (1949) 등 총 여덟 권의 책을 인용한다. 이야기의 대부분은 소설에 쓰인 문장의 그대로 발췌하거나, 인용 후 작가가 각색한 구문들로 채워졌으며, 작가가 직접 작성한 것은 매우 적은 부분에 불과하다. 이러한 글쓰기는 작가의 역할을 창작자가 아닌 편집자로 제한함으로써, 작품에 권력적으로 개입하는 대신 반쯤 물러나 있는 접근법을 보여준다. 영상 역시 카메라를 그대로 둔 채 그 공간의 작은 움직임만을 담으면서 감독자가 아닌 관찰자로 남는다. “가만히, 많은 것이, 공기나 소리 같이 없는 듯 보이는 것을 담기 위해. 한참을 멍하니 그 장소를 바라보며, 무언가 벌어지지 않을까, 누군가 걸어가지 않을까”하는 마음으로 작가는 기다리기를 택한다.

삼십 분 가량에 달하는 영상은 그와 함께 삼면화를 이루는 두 개의 흑백 드로잉과 함께 설치된다. 드로잉에는 영상의 갖가지 요소를 은유 또는 환유하는 이미지들이 병치되어 있으며, 영상의 흐름과 맥을 맞추어 무빙 스포트라이트가 그림의 곳곳을 집중 조명한다.

한편 작가는 <그날 새벽 안양, 유토피아를 꿈꾸는 사람들>과 함께 전시장의 아카이브룸에 <안양의 소리>를 선보인다. 공공기관과 같은 사회적 장치 안에서 살아가는 개인의 이야기들을 풀어내기 위해 송상희는 안양시민에게 오래된 편지를 수집한다는 편지를 띄운다. 그 결과 네 명이 짧게는 10년, 길게는 40년 동안 각자의 장롱 속에 보관되어 있던 300통이 넘는 편지를 보내주었고, 작가는 이를 발췌하여 새로운 작품으로 만든다. 공적인 권력과 상충되면서도 지극히 사적인 편지의 이야기들은 작가의 목소리로 마치 라디오 방송처럼 전시장에 송출된다. 

업데이트



  • Sangheesong 280

    오래된 편지


    09/16 - 11/25

    4회 APAP에서 작가 송상희는 도시를 구성하는 공적인 공간들과 그와 별개의 영역이라 생각되는 안양시민의 사적인 이야기가 서로 흡수되고 충돌하는 현상에 주목합니다. 이 두 이야기는 시청, 우체국, 종합운동장 등의 공기관들을 건조하게 담아낸 영상과 안양시민의 지극히 사적인 텍스트인 편지를 수집하는 데에서 시작됩니다. 안양시민의 오래된 편지를 모으는 포스터가 6개의 구립도서관(석수, 비산, 평촌, 호계, 박달, 만안)과 4군데의 노인정(효성아파트노인정,화창노인정 등)에 붙여졌고, 그 결과 총 네 분의 오래된 편지 수집가를 만났습니다.

    ≈ <오래된 편지>의 자세한 내용과 사진을 보시려면 아래의 "기록 보러가기"를 클릭해주세요. 


송상희 Sanghee Song

사회적 상황과 관계적 맥락을 변이시켜 작품의 주체로 끌어내는 작업을 한다. 기민한 성찰과 타자의 목소리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한국 근대화에 얽힌 사적 경험과 정체성, 성 노동자, 신화, 생태 등 폭넓은 주제에 주목한다. 2006-2007년 암스테르담 라익스아카데미에서 수학했고, 2008년에 에르메스 미술상을 받았다.

영상 촬영: 김길자, 이희인
사운드: 한창윤
편지수집가: 노희경, 박명화, 박홍식, 심수빈


송상희, <그날 새벽 안양, 유토피아를 꿈꾸는 사람들>, 2014, 단채널 영상, 33분, 컬러, 사운드; 무빙 스포트라이트 2개; 드로잉 2점, 125cm × 440cm, 125cm × 428cm. 4회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APAP) 커미션.

송상희, <안양의 소리>, 2014, 구형 라디오; 편지 낭송과 음악 방송, 2시간 40분; 수집된 편지. 4회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APAP) 커미션.

김중업박물관 문화누리관 2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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