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
ANYANG PUBLIC ART PROJE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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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 산 167-2

안양동 산 167-2는 외곽순환도로 수리산 터널 구간 아래, 시멘트 다리에 의해 잘려지고 조각난 수리산의 둔덕이다. 이 장소의 몽환적인 분위기는 박세진의 회화에서 자주 목격되는 이미지와 겹쳐지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작가들이 주목한 것은 산 167-2가 갖는 지리적인 모순이다. 이 곳은 안양-평촌-의왕에 걸쳐있어 그 중 어디에도 뚜렷이 속하지 않는 곳으로, 지도에는 존재하지만 사실 방치되고 버려져 존재하지 않는 장소이다. 장소의 이러한 특성은, 거친 표현으로 익숙하지 않은 풍경을 제시하면서 시공간의 절대성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박세진의 회화와 맞닿는다.

황량한 벌판을 비추며 시작하는 이 움직이는 회화는 죽기 전 안양에 머물렀던 두 여성 예술가 나혜석과 최고은의 행적에서 실마리를 얻었다. 그들에게 안양이란 연고도 없이 특별한 이유도 없이 오게 된 곳이면서, 행복했든 불행했든 많은 이야기를 홀로 써내려 갔던 곳이다. 하지만 이 장소가 이들에게 아무런 필연성을 지니지 않는 곳이었던 것처럼, 작품 속 안양은 나혜석이 보았던 만주벌판 등으로 전치되고, 두 예술가도 마치 꿈 속 상징처럼 다른 모습으로 분하여 등장한다. 안양의 개발사의 틈새에 남겨진 한 둔덕처럼 안양의 어딘가를 헤매고 있는 그들의 나약한 존재는 박세진이 그려내는 투박하지만 환상적인 공간 속에 희미하게 남는다.

1997년 씨네21에서 주관한 〈10만원 영화제〉에서 관객상과 심사위원상을 받은 박세진은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그림을 그리면서 항상 그림이 움직이면 좋겠다고, 또 내 생각이 한곳에 머물지 않고 빛과 소리와 함께 움직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미술계 작가 데뷔 이전에 그의 필모그래피는 조금 특이한 곳에서부터 시작되었다. 당시 미술을 공부하던 박세진은 영화에 대해 잘 모른다면서, 어디에 카메라를 놓는지도 모른 채 편집기도 없이 두 편의 영화를 제작했고 이 때의 스크린은 캔버스로 바뀌어 시간과 공간의 연속성에 대해 끈질긴 질문을 이어나갔다. 

회화작가 박세진의 관심사에 주목한 4회 APAP는 영화기획자 한윤아와 <마당을 나온 암탉>의 애니메이터 황명진이 주축이 된 영화제작집단 고로로픽처스를 함께 초대하여 안양의 모티브로 삼은 애니메이션을 커미션했다. 화가와 영화 프로듀서의 만남은 원화와 실사촬영으로 구성된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을 탄생시켰다. 이번 신작을 위해 특수 제작된 촬영대 위에 산 167-2, 만주와 같은 주요 장소를 그려 배경으로 두고 그 위에 작은 그림이나 오브제를 얹히는 방식으로 제작되었다. 이와 같이 <안양 산 167-2>는 사진을 여러 장 찍어 그것을 잇는 촬영 방식을 도입함으로써 회화와 사진이라는, 즉 정지된 화면을 갖는 두 매체의 관계를 들여다 보게 한다.

4회 APAP의 전시에는 작업을 예감하게 해주는 124초 분량의 〈안양 산 167-2를 위한 무빙 이미지〉가 전시된다. 한편 별도로 마련된 아카이브 공간에서는 전혀 다른 분야에 있던 사람들이 만나 작업을 진행하며 나누었던 주제, 매체, 표현방식에 대한 고민의 과정들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

박세진 Sejin Park

박세진은 기억 속의 풍경과 경험을 재구성하는 작가다. 또한 자신이 학습했던 서양 미술사의 맥락들을 풍경들 속에 배치함으로써 서양 미술사의 의미들을 사적으로 변형시킨다. 주요 개인전으로는 〈망토〉 (사루비아다방, 서울, 2006), 〈골든 에이지〉(아라리오갤러리, 천안, 2007), 〈박세진〉 (두산갤러리, 2013)이 있다. 제51회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의 참여작가였으며(2005) 2012년 두산 레지던시 입주작가였다.

고로로픽처스 Gororo Pictures

영화이론을 공부하고 상영기획자, 영화기획자로 일한 한윤아와 애니메이션 영화를 만드는 황명진이 주축이 되어, 회화작가인 박세진과 함께 <안양 산 162-2>를 만들기 위해 모인 영화제작집단이다. ‘고로로’는 영화가 지닌 공동작업의 성격, 노동의 시간, 언어로 매개되지 않는 공통감각의 공유과정 자체를 재현하기 위한 이름이다. 이번 프로젝트를 위해 조희연(그림촬영, 애니메이션, 시각효과)과 두 계절을 함께 보냈고, 구혁탄(촬영), 김규만(사운드), 전은진(애니메이션) 등이 참여하였다.


고로로픽처스×박세진, 〈안양 산 167-2〉, 2014, 스톱 모션 애니메이션. 4회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APAP) 커미션.

김중업박물관 문화누리관 2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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