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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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아카이브 구축이 4회 APAP의 주요 의제는 아니었다. 그러나 지난 십여 년 동안 격년 혹은 3년마다 행사를 치르면서 작품 철수 논의가 격화되었고, 이에 따라 사라지는 일부 작품에 대한 기초적인 기록이 요구되면서 아카이브의 필요성이 대두된 것이다. 이후 APAP 존폐여부까지 거론되는 격랑의 시기가 도래하면서 과연 APAP가 무엇이었는지 그 정체성을 역순으로 추적해가는 과정에서 아카이브에 대한 ‘충동’은 더욱 거세졌다. 우리는 창고 속에 파묻혀 있던 실물자료들과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관련 기록물들을 한데 모아 ‘자료와의 대화’를 시작했다. 그 대화는, 자연스럽게, 한국 사회의 도시 개발 속도와 맞물려 숨가쁘게 달려온 APAP의 지난 십 년을 성찰하는 시공간을 열어 주었다. 

이렇게 시작된 APAP 아카이브는, 일반적인 예술 아카이브나 스튜디오 아카이브처럼 원본성을 지닌 미술 자료를 수집하기보다는, 지방자치단체의 재원으로 작품을 의뢰하는 과정 자체를 공유함으로써 공공예술작품의 제작 방식을 알리고 연구하는 데에 중점을 둔다. APAP 아카이브가 품고 있는 이야기 중 지금은 안전 상의 문제로 철수된 작품 <빌보드 하우스>와 관련한 에피소드를 소개하자면 이렇다. 2005년, 작가 존 커멜링이 최초 제안서에서 작품 전면에 그려 넣기 원했던 이미지는 국내 한 자동차기업의 로고였다. 그러나 공공기관인 안양공공예술재단은 APAP가 특정 기업을 홍보하는 것처럼 비춰지는 것을 염려해 이 제안서를 반려했다. 그 뒤로도 작가와 1회 APAP 기획팀 그리고 재단은 여러 차례 의견을 교환했고, 최종적으로 작품에 그려진 것은 안양을 상징하는 농산물인 포도 이미지였다. 즉, 공공예술작품이기 때문에 불거진 사안들이 관계자들의 협의와 지난한 절차를 거쳐 결론에 도달하는 과정이 APAP 아카이브가 기록하는 핵심 내용인 셈이다.

또한 APAP 아카이브는 기획 단계부터 온라인으로 이용서비스를 제공하는 디지털 아카이브 구축을 염두에 두고 실행됐다. 이를 위해서는 38,000 여장의 문서 기록을 전자 자료로 변환하는 일과 아키비스트, 그래픽 및 UI 디자이너와 프로그래머의 협업이 필수적이었다. 디지털 아카이브는 APAP 아카이브의 물리적, 지리적 한계를 극복하고 연구자에게 다양한 접근 지점을 제공함으로써 아카이브의 활용을 확대하는 데 크게 기여하지만, 나름의 문제를 가지고 있기도 하다. 자칫하면 기록물들이 온라인 상에서 맥락을 잃은 채 떠돌게 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이용자 안내문서의 중요성이 높아지는 것은 이 지점이다. 기록물의 출처, 생산 연도, 범위와 내용 등을 기술한 이용자 안내문서는 누가 어떤 일과 관련해 어떤 순서로 기록물을 만들었는지에 관한 정보를 제공한다.

아카이브는 용도를 다한 후 폐기의 위기에 처한 기록물을 다시 소환하고, 기록물이 우아하게라도 노화하는 것을 최대한 지연시킨다는 점에서 시간에 저항한다고 할 수 있다. 아카이브가 이처럼 시간을 거스르고 시간의 흐름 밖에 존재하는 이유는 지속적인 연구를 위한 공간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다. 아카이브에 담긴 과거의 이야기가 생명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이를 새롭게 볼 수 있는 미래의 연구자들이 필요하다. 아카이브는 그곳에서 파생할 새로운 이야기를 기다린다.

정주영 JuYoung Jung ∙ 글

미술이론을 공부하고 한국의 근대 시기 미술대중화론으로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미술경영 박사과정에 재학 중이다. 서울대학교 미술관 어시스턴트 큐레이터(2007)를 시작으로 한국미술이론학회 간사(2007), 대한항공 산하 일우재단의 연구원(2012)으로 일했다. 특별히 아시아 현대미술에 관심을 가지고 그에 관한 비평적 글쓰기를 모색하고 있다.

이제 Leeje ∙ 일러스트레이션

그림 안의 세계를 통해 그림 밖의 세계가 조금 더 살만한 곳이 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작업한다. 일상 속 개인들의 욕망, 절망, 희망이 교차되는 지점들에 관심이 많다. 개인전 <여기, 지금>(OCI 미술관, 2010)과 아트 스페이스 풀, PKM갤러리, 갤러리현대 등의 기획전에 참여하였다. 현재 작가 한수자와 함께 2Y2W2V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한수자 Han Sue-ja ∙ 일러스트레이션

만화와 일러스트, 그룹 전시 등 다양한 장르를 오가며 작업을 하고 있다. 프로젝트 그룹의 일원으로 <폭식>(인사미술공간, 서울, 2005), <네버엔딩스토리 고우영>(아르코 미술관, 서울, 2008), <성[城]>(토탈미술관, 서울, 2009), <풍년슈퍼캠프>(예술과 텃밭, 2012) 등에 참여하였다.

어휘록 ∙ Glossary

4회 APAP는 공공예술을 둘러싼 다양한 층위의 주제어들을 선정하여, 각각에 대한 설명 또는 해석의 글을 생산한다. 어휘록의 주제어는 4회 APAP뿐만 아니라 지난 1, 2, 3회 APAP에서 다루었던 공공예술의 주요 개념, 작가와 이론가, 사업 등 다양한 층위를 포함한다. 한편 주제어 설명 글은 이제, 한수자 작가의 일러스트레이션과 함께, APAP의 새로운 웹사이트와 연동하여 매주 하나씩 업데이트한다.

어휘록 소개

아카이브

애초에 아카이브 구축이 4회 APAP의 주요 의제는 아니었다. 그러나 지난 십여 년 동안 격년 혹은 3년마다 행사를 치르면서 작품 철수 논의가 격화되었고, 이에 따라 사라...

미디어 이론들

전통적으로 미술작품은 미디어를 기준으로 식별해 왔다. 그러나 현대미술의 경우 하나의 작품에 여러 미디어가 섞여 있을 뿐만 아니라 과거에는 미술의 영역에 속하지 않던 미디어...

사회 참여적 예술

3회 APAP의 참여작가이기도 한 릭 로우는 1993년 텍사스주 휴스턴에 위치한 저소득층 아프리카계 미국인 거주지역에 방치되어있던 주택 몇 채를 사들였다. 사회 참여적 예...

스토리텔링

이야기의 위기는 꽤 오래 전부터 제기돼왔다. 발터 벤야민에 따르면, 1936년 무렵에도 제대로 무언가를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나는 일은 쉽지 않았다. 벤야민은 이야기...

퍼블릭 액세스

미디어 운동의 한 갈래인 퍼블릭 액세스는 매스미디어의 지면이나 시간 혹은 채널 일부를 개방해 공중(公衆)이 프로그램의 기획이나 제작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는 것을...

공유재, 공동의 장

여기 누구나 가축을 이끌고 와 마음껏 먹일 수 있는 풀이 무성한 목초지가 있다. 당연히 목동들은 가능한 많은 가축을 이곳에 풀어놓고 풀을 뜯게 할 것이다. 미국의 생물학자...

유토피아

토마스 모어가 처음 사용한 용어인 유토피아는 ‘없다’라는 뜻의 그리스어 ‘ou’와 장소를 의미하는 ‘topos’를 합쳐서 만든 말로,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곳’을 뜻하...

아이디어 스토어

아이디어 스토어는 4회 APAP의 주요 사업 중 하나인 공원도서관이 영감을 받은 런던의 공공도서관이다. 아이디어 스토어가 위치한 타워 햄릿츠 구는 영국에서 네 번째로 빈곤...

평촌

대한민국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에 위치한 평촌 신도시의 역사는 198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제 6공화국이 출범한 지 3개월 후, 노태우 대통령은 선거 당시 공약으로 내걸...

어펙트

영화를 볼 때 우리는 직접 경험하지 않은 영화 속 사건들과 깊숙이 연결된 느낌을 받곤 한다. 전쟁의 현장을 실감나게 묘사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1998년 영화 〈라이언...

오픈 소스

오픈 소스란 누구나 소프트웨어를 개량하고 재배포할 수 있도록 소프트웨어의 설계도에 해당하는 소스 코드를 무상으로 공개하는 것을 말한다.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의 라이선스를 ...

공공미술

한국에서 공공미술이 제도적으로 자리잡은 것은 문화예술진흥법에 따라 일정 규모 이상의 건축물을 신축 또는 증축할 때 건축비용의 1% 이상을 미술장식에 사용하도록 의무화한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