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이론들

Media Theories

전통적으로 미술작품은 미디어를 기준으로 식별해 왔다. 그러나 현대미술의 경우 하나의 작품에 여러 미디어가 섞여 있을 뿐만 아니라 과거에는 미술의 영역에 속하지 않던 미디어의 비중들이 높아졌기 때문에, 이 방법은 예전만큼 수월하지도 유용하지도 않다.

뉴미디어 이론가 레프 마노비치는 2001년 발표한 글 「포스트 미디어 미학」에서 이러한 미디어 상황을 미디어의 위기로 파악하고, 그 요인을 크게 두 가지로 설명한 바 있다. 1960년대부터 해프닝, 설치, 퍼포먼스, 개념미술 등 새로운 예술 형식이 발달함에 따라 회화, 조각, 드로잉과 같은 전통적인 미디어 지형이 흐트러지기 시작했고, 사진, 영화, 비디오 등 새로운 기술적 미디어가 기존의 미학적 미디어에 편입되면서 작품의 재료가 아닌 분배 방식이나 관객 규모가 미디어를 구분하는 새로운 기준으로 자리잡았다는 것이다. 나아가 마노비치는 디지털 혁명의 도래로 말미암아 컴퓨터가 모든 문화 형식을 매개하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판단하며, 정보, 데이터, 인터페이스를 포함한 정보화 시대의 언어로 미디어 이후의 미학 즉 ‘포스트-미디어’ 미학을 규명하고자 했다.

사실 미술계에서 이와 유사한 비평 용어를 사용해 당대 미디어의 변화된 지형을 논하기 시작한 사람은 미술사학자 로잘린드 크라우스였다. 크라우스가 2000년에 저술 『북해로의 항해: 포스트-미디엄 조건 시대의 예술』에서 ‘포스트-미디엄의 조건’을 언급한 것은 뉴미디어 아트에 대한 이해를 도모하기 위한 것은 아니었다. 그는 이 글에서 작품의 재료나 방법이 아닌 예술이 그 자체의 특정성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그 이유는 미디어 조건의 변화에도 사회 비평으로 기능해온 예술이 존속하기를 희망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 글은 그간 주류 미술계와 별도의 영역을 구축해왔던 뉴미디어 아트 진영에 지속적인 반향을 일으키며 뉴미디어 아트의 전망에 관한 논의를 촉발시켰다.

그 중 가장 논란이 되었던 견해는 뉴미디어 이론가 페터 바이벨에 의해 제기됐다. 바이벨 역시 포스트-미디어 시대를 야기한 주된 요인을 마노비치와 마찬가지로 기술적 미디어의 도래에서 찾았지만, 그가 예견하는 전망은 꽤 극단적이었다. 바이벨은 개별적인 미디어의 정체성이 무너지고, 서로 섞고 섞이는 포스트-미디어 시대에는 전통적인 미적 미디어뿐만 아니라 뉴미디어 역시 특권적 지위를 상실했다고 보았다. 즉 주류 미술계도 뉴미디어 아트도 이미 유효성을 잃은 지난 시대의 이야기라는 것이다.

최근 또 다른 뉴미디어 이론가이자 큐레이터인 도미니코 콰란타는 바이벨의 암울한 전망과 대조되는 상당히 건설적 견해를 제시한 바 있다. 콰란타는 포스트-미디어 상황이 지금껏 좀처럼 간극을 좁힐 수 없었던 평행한 두 세계, 즉 주류 미술계와 뉴미디어 아트를 연결할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보았다. 그에 따르면, 이제 미술은 사용한 미디어가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사회문화적 의미에서 변별력을 획득해야 하며, 따라서 기술 중심적으로 평가 받아왔던 뉴미디어 아트도 이제는 디지털 문화라는 사회문화적 현상의 일부로 파악해야 할 시점이라는 것이다. 컴퓨테이셔널 미디어 개념은 이와 연관된 또 다른 관점을 제시한다.

그러나 포스트-미디어 시대를 둘러싼 다양한 전망들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풀리지 않은 문제는 남아 있다. 미디어에 대한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다면, 과연 이제 우리는 어디까지를 미술이라고 정의할 수 있는가? 아니 정의해야만 하는가?

정주영 JuYoung Jung ∙ 글

미술이론을 공부하고 한국의 근대 시기 미술대중화론으로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미술경영 박사과정에 재학 중이다. 서울대학교 미술관 어시스턴트 큐레이터(2007)를 시작으로 한국미술이론학회 간사(2007), 대한항공 산하 일우재단의 연구원(2012)으로 일했다. 특별히 아시아 현대미술에 관심을 가지고 그에 관한 비평적 글쓰기를 모색하고 있다.

이제 Leeje ∙ 일러스트레이션

그림 안의 세계를 통해 그림 밖의 세계가 조금 더 살만한 곳이 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작업한다. 일상 속 개인들의 욕망, 절망, 희망이 교차되는 지점들에 관심이 많다. 개인전 <여기, 지금>(OCI 미술관, 2010)과 아트 스페이스 풀, PKM갤러리, 갤러리현대 등의 기획전에 참여하였다. 현재 작가 한수자와 함께 2Y2W2V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한수자 Han Sue-ja ∙ 일러스트레이션

만화와 일러스트, 그룹 전시 등 다양한 장르를 오가며 작업을 하고 있다. 프로젝트 그룹의 일원으로 <폭식>(인사미술공간, 서울, 2005), <네버엔딩스토리 고우영>(아르코 미술관, 서울, 2008), <성[城]>(토탈미술관, 서울, 2009), <풍년슈퍼캠프>(예술과 텃밭, 2012) 등에 참여하였다.

어휘록 ∙ Glossary

4회 APAP는 공공예술을 둘러싼 다양한 층위의 주제어들을 선정하여, 각각에 대한 설명 또는 해석의 글을 생산한다. 어휘록의 주제어는 4회 APAP뿐만 아니라 지난 1, 2, 3회 APAP에서 다루었던 공공예술의 주요 개념, 작가와 이론가, 사업 등 다양한 층위를 포함한다. 한편 주제어 설명 글은 이제, 한수자 작가의 일러스트레이션과 함께, APAP의 새로운 웹사이트와 연동하여 매주 하나씩 업데이트한다.

어휘록 소개

아카이브

애초에 아카이브 구축이 4회 APAP의 주요 의제는 아니었다. 그러나 지난 십여 년 동안 격년 혹은 3년마다 행사를 치르면서 작품 철수 논의가 격화되었고, 이에 따라 사라...

미디어 이론들

전통적으로 미술작품은 미디어를 기준으로 식별해 왔다. 그러나 현대미술의 경우 하나의 작품에 여러 미디어가 섞여 있을 뿐만 아니라 과거에는 미술의 영역에 속하지 않던 미디어...

사회 참여적 예술

3회 APAP의 참여작가이기도 한 릭 로우는 1993년 텍사스주 휴스턴에 위치한 저소득층 아프리카계 미국인 거주지역에 방치되어있던 주택 몇 채를 사들였다. 사회 참여적 예...

스토리텔링

이야기의 위기는 꽤 오래 전부터 제기돼왔다. 발터 벤야민에 따르면, 1936년 무렵에도 제대로 무언가를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나는 일은 쉽지 않았다. 벤야민은 이야기...

퍼블릭 액세스

미디어 운동의 한 갈래인 퍼블릭 액세스는 매스미디어의 지면이나 시간 혹은 채널 일부를 개방해 공중(公衆)이 프로그램의 기획이나 제작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는 것을...

공유재, 공동의 장

여기 누구나 가축을 이끌고 와 마음껏 먹일 수 있는 풀이 무성한 목초지가 있다. 당연히 목동들은 가능한 많은 가축을 이곳에 풀어놓고 풀을 뜯게 할 것이다. 미국의 생물학자...

유토피아

토마스 모어가 처음 사용한 용어인 유토피아는 ‘없다’라는 뜻의 그리스어 ‘ou’와 장소를 의미하는 ‘topos’를 합쳐서 만든 말로,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곳’을 뜻하...

아이디어 스토어

아이디어 스토어는 4회 APAP의 주요 사업 중 하나인 공원도서관이 영감을 받은 런던의 공공도서관이다. 아이디어 스토어가 위치한 타워 햄릿츠 구는 영국에서 네 번째로 빈곤...

평촌

대한민국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에 위치한 평촌 신도시의 역사는 198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제 6공화국이 출범한 지 3개월 후, 노태우 대통령은 선거 당시 공약으로 내걸...

어펙트

영화를 볼 때 우리는 직접 경험하지 않은 영화 속 사건들과 깊숙이 연결된 느낌을 받곤 한다. 전쟁의 현장을 실감나게 묘사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1998년 영화 〈라이언...

오픈 소스

오픈 소스란 누구나 소프트웨어를 개량하고 재배포할 수 있도록 소프트웨어의 설계도에 해당하는 소스 코드를 무상으로 공개하는 것을 말한다.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의 라이선스를 ...

공공미술

한국에서 공공미술이 제도적으로 자리잡은 것은 문화예술진흥법에 따라 일정 규모 이상의 건축물을 신축 또는 증축할 때 건축비용의 1% 이상을 미술장식에 사용하도록 의무화한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