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참여적 예술

Socially Engaged Art

3회 APAP의 참여작가이기도 한 릭 로우는 1993년 텍사스주 휴스턴에 위치한 저소득층 아프리카계 미국인 거주지역에 방치되어있던 주택 몇 채를 사들였다. 사회 참여적 예술을 모은 전시, <리빙 애즈 폼>(2011)이 공동체에 성공적으로 개입한 사례로 소개하는 <프로젝트 로우 하우지스>의 시작은 이러했다. 이후 미국 국립예술기금과 몇몇 사립 재단의 지원금을 끌어 모은 작가는, 동료 작가와 수백 명의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철거 위기에 처했던 이 동네를 문화시설과 복지시설을 갖춘 활기찬 구역으로 바꿔나갔다.

<프로젝트 로우 하우지스> 이전에 릭 로우는 주로 사회 문제를 다룬 회화와 조각 작품을 제작해왔다. 그랬던 그가 스튜디오 바깥으로 발을 내디뎌, 삶의 문제를 사람들과 함께 나눌 뿐 아니라 삶 자체를 바꾸려는 시도를 하게 된 것이다. 이때 그가 선택한 방법은 사회문제들이나 리얼리티의 재현 혹은 재구성에 그치지 않고 생활에 실질적으로 개입하거나 삶을 변화시키려는 행위였다. 릭 로우의 작업처럼, 사회 참여적 예술은 사회문제를 공유하는 강력한 도구로 때로는 상징적인 작품들을 전용하기도 하지만, 그 방점은 실질적인 행위에 찍혀 있다. 또한, 사회 참여적 예술에서는 작품을 만드는 행위 자체가 사회적일 뿐만 아니라 구성원들의 참여를 통해 작품이 결정되기도 한다. 이때 참여의 수준은 단순한 임무를 수행하는 일부터 작품을 만드는데 적극적으로 관여하는 경우까지 그 스펙트럼이 매우 넓다. 하지만 어느 경우든 ‘참여의 관계’를 형성하는 일이 쉽지만은 않은데,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경험하듯이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는 갈등의 씨앗이 잠재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신뢰에 기반한 관계 형성을 지향하는 대부분의 사회 참여적 예술에서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가장 큰 변수는 거기에 투자한 시간과 노력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다른 한편, 사회 참여적 예술에서 나타나는 우호적 관계에 기반한 무비판적인 자선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예술을 윤리적인 것으로 환원시킬 위험 때문이다. 때문에 오히려, 미학적인 것과 정치적인 것의 긴장관계를 드러내며, 불화와 논쟁이 존재하는 공간을 만들어내는 작품이야말로 사회 참여적 예술의 핵심이라는 주장이 큰 설득력을 갖는다.

2008 광주비엔날레에 참여했던 작가 타니아 브루게라는 20세기 초 작가 마르셀 뒤샹이 미술관으로 가져왔던 소변기를 이제 다시 원래의 위치로 돌려보내야 할 때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한때 예술 작품이었으나 다시 삶의 영역으로 돌아온 이 물건을 우리는 예술과 삶 중 어떤 영역에서 파악해야 하는가. 어쨌든, 점점 더 많은 사회 참여적 예술가들이 활동의 범주를 구분하는 데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듯이 보인다. 이들은 예술 운동에 머무르지 않고 참여를 강조하며 권력에 도전하고 공동체에 개입하는 한편 도시 자체를 계획하는 등, 다양한 삶의 방법을 제시한다. 근래 사회 참여적 예술을 지칭하는 여러 명칭 중, 예술에 대한 분명한 언급을 배제한 채, 사회적 실천이라는 용어를 빈번하게 사용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리빙 애즈 폼>을 기획한 네이토 톰슨이 지적하듯이, 사회적 실천가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질문은 한 세기 전 뒤샹의 레디메이드가 제기했던 ‘예술이란 무엇인가’보다 ‘삶이란 무엇인가’에 있다.

정주영 JuYoung Jung ∙ 글

미술이론을 공부하고 한국의 근대 시기 미술대중화론으로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미술경영 박사과정에 재학 중이다. 서울대학교 미술관 어시스턴트 큐레이터(2007)를 시작으로 한국미술이론학회 간사(2007), 대한항공 산하 일우재단의 연구원(2012)으로 일했다. 특별히 아시아 현대미술에 관심을 가지고 그에 관한 비평적 글쓰기를 모색하고 있다.

이제 Leeje ∙ 일러스트레이션

그림 안의 세계를 통해 그림 밖의 세계가 조금 더 살만한 곳이 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작업한다. 일상 속 개인들의 욕망, 절망, 희망이 교차되는 지점들에 관심이 많다. 개인전 <여기, 지금>(OCI 미술관, 2010)과 아트 스페이스 풀, PKM갤러리, 갤러리현대 등의 기획전에 참여하였다. 현재 작가 한수자와 함께 2Y2W2V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한수자 Han Sue-ja ∙ 일러스트레이션

만화와 일러스트, 그룹 전시 등 다양한 장르를 오가며 작업을 하고 있다. 프로젝트 그룹의 일원으로 <폭식>(인사미술공간, 서울, 2005), <네버엔딩스토리 고우영>(아르코 미술관, 서울, 2008), <성[城]>(토탈미술관, 서울, 2009), <풍년슈퍼캠프>(예술과 텃밭, 2012) 등에 참여하였다.

어휘록 ∙ Glossary

4회 APAP는 공공예술을 둘러싼 다양한 층위의 주제어들을 선정하여, 각각에 대한 설명 또는 해석의 글을 생산한다. 어휘록의 주제어는 4회 APAP뿐만 아니라 지난 1, 2, 3회 APAP에서 다루었던 공공예술의 주요 개념, 작가와 이론가, 사업 등 다양한 층위를 포함한다. 한편 주제어 설명 글은 이제, 한수자 작가의 일러스트레이션과 함께, APAP의 새로운 웹사이트와 연동하여 매주 하나씩 업데이트한다.

어휘록 소개

아카이브

애초에 아카이브 구축이 4회 APAP의 주요 의제는 아니었다. 그러나 지난 십여 년 동안 격년 혹은 3년마다 행사를 치르면서 작품 철수 논의가 격화되었고, 이에 따라 사라...

미디어 이론들

전통적으로 미술작품은 미디어를 기준으로 식별해 왔다. 그러나 현대미술의 경우 하나의 작품에 여러 미디어가 섞여 있을 뿐만 아니라 과거에는 미술의 영역에 속하지 않던 미디어...

사회 참여적 예술

3회 APAP의 참여작가이기도 한 릭 로우는 1993년 텍사스주 휴스턴에 위치한 저소득층 아프리카계 미국인 거주지역에 방치되어있던 주택 몇 채를 사들였다. 사회 참여적 예...

스토리텔링

이야기의 위기는 꽤 오래 전부터 제기돼왔다. 발터 벤야민에 따르면, 1936년 무렵에도 제대로 무언가를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나는 일은 쉽지 않았다. 벤야민은 이야기...

퍼블릭 액세스

미디어 운동의 한 갈래인 퍼블릭 액세스는 매스미디어의 지면이나 시간 혹은 채널 일부를 개방해 공중(公衆)이 프로그램의 기획이나 제작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는 것을...

공유재, 공동의 장

여기 누구나 가축을 이끌고 와 마음껏 먹일 수 있는 풀이 무성한 목초지가 있다. 당연히 목동들은 가능한 많은 가축을 이곳에 풀어놓고 풀을 뜯게 할 것이다. 미국의 생물학자...

유토피아

토마스 모어가 처음 사용한 용어인 유토피아는 ‘없다’라는 뜻의 그리스어 ‘ou’와 장소를 의미하는 ‘topos’를 합쳐서 만든 말로,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곳’을 뜻하...

아이디어 스토어

아이디어 스토어는 4회 APAP의 주요 사업 중 하나인 공원도서관이 영감을 받은 런던의 공공도서관이다. 아이디어 스토어가 위치한 타워 햄릿츠 구는 영국에서 네 번째로 빈곤...

평촌

대한민국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에 위치한 평촌 신도시의 역사는 198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제 6공화국이 출범한 지 3개월 후, 노태우 대통령은 선거 당시 공약으로 내걸...

어펙트

영화를 볼 때 우리는 직접 경험하지 않은 영화 속 사건들과 깊숙이 연결된 느낌을 받곤 한다. 전쟁의 현장을 실감나게 묘사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1998년 영화 〈라이언...

오픈 소스

오픈 소스란 누구나 소프트웨어를 개량하고 재배포할 수 있도록 소프트웨어의 설계도에 해당하는 소스 코드를 무상으로 공개하는 것을 말한다.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의 라이선스를 ...

공공미술

한국에서 공공미술이 제도적으로 자리잡은 것은 문화예술진흥법에 따라 일정 규모 이상의 건축물을 신축 또는 증축할 때 건축비용의 1% 이상을 미술장식에 사용하도록 의무화한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