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
ANYANG PUBLIC ART PROJECT

지금/여기 4회보기

4회 APAP에서 작가 송상희는 도시를 구성하는 공적인 공간들과 그와 별개의 영역이라 생각되는 안양시민의 사적인 이야기가 서로 흡수되고 충돌하는 현상에 주목합니다. 이 두 이야기는 시청, 우체국, 종합운동장 등의 공기관들을 건조하게 담아낸 영상과 안양시민의 지극히 사적인 텍스트인 편지를 수집하는 데에서 시작됩니다. 각종 미디어를 통해 쉽게 노출되기에 뻔한 모습일 거라 예상되는 공기관들이 실은 어떤 생김새를 갖고 있는지, 시민들의 발길이 끊어진 밤시간에 그 곳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 작가 송상희는 안양 시내의 군데군데를 관찰하고 이를 촬영한 영상을 쌓아 나갔습니다. 이와 동시에 영상의 줄거리의 동기가 될 편지를 모으기 위해 안양시민들의 다락방과 같은 구립도서관과 어르신들의 사랑방인 노인정을 돌아다니며 편지수집 포스터를 부착했습니다. 포스터는 6개의 구립도서관(석수, 비산, 평촌, 호계, 박달, 만안)과 4군데의 노인정(효성아파트노인정,화창노인정 등)에 붙여졌고, 그 결과 총 세 분의 오래된 편지 수집가를 만났습니다.

첫 번째 편지

안양시학 회원이기도 한 50대 주부 노희경 님께서 들고 오신 것은 한 권의 낡은 책이었습니다. 1980년대 초 신혼생활 중에 친구, 친정식구, 시댁식구들과 주고 받은 편지들이 한 장 한 장 붙여진 이 ‘오래된 편지 모음집’에는 신혼의 단 꿈에 부풀은 새댁이었을 때, 힘든 시기를 깊은 신앙심으로 이겨내려 노력했을 때의 기억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두 번째 편지

올해 스물 두 살의 심수빈 님은 오래된 엽서를 한 묶음 보내주셨습니다. 우표대신 ‘안양초등학교 어린이우체국’ 도장이 찍힌 엽서의 앞, 뒷면은 색색의 사인펜으로 직접 장식하고 서툰 맞춤법 때문에 몇 번을 지우고 연필로 다시 쓴 앙증맞은 내용의 엽서들입니다. 

세 번째 편지

세 번째 편지 수집가는 15년 넘게 어린이집에서 아이들을 보살펴오신 50대 박명화 님으로 IMF때 안양으로 이사를 오셨습니다. 마을 다락방 같아 퇴근 후에 항상 들른다는 박달도서관에서 ‘오래된 편지 수집’에 관한 포스터를 보신 후 집 어딘가에 박혀 있을 편지들을 찾았고 40년 전의 기억을 다시 환기하며 다시 글을 써보겠다는 다짐을 하셨다고 합니다.

네 번째 편지

마지막으로 오래된 편지를 들고 안양파빌리온에 방문하신 분은 올해 만 68세가 되신 박홍식님입니다. 40년 전 편지는 고향을 떠나 가장으로서 힘들었던 이야기, 안양에 이사해서 집을 짓게 되었다는 기쁜 소식 등 아버지와 주고 받은 대화들로 가득합니다. 바스러질듯한 오래된 종이에 한자와 한글을 병기한 글, 손으로 그린 표에 편지의 목록을 정리해 놓은 앞 페이지, 옛날 타자기로 타이핑된 회사 합격통지서들이 박홍식 님이 살아 온 작은 역사를 말해줍니다. 

노희경님, 심수빈님, 박명화님, 박홍식님까지 네 분의 편지수집가들께서 전달해주신 편지만해도 무려 300통이 넘는 분량입니다. 엄청난 양의 편지들과 송상희 작가가 안양의 곳곳을 돌아다니며 촬영한 영상, 야간촬영 시 수집한 사운드 즉 안양의 소리들은 향후 프로젝트 아카이브에서 선보일 예정입니다. 이는 작가 송상희가 작품을 제작하는 과정을 보여줄 뿐 아니라 도시 안양을 새롭게 보고, 듣고, 기억하게 하는 안내자가 될 것입니다.  

 


송상희

송상희는 1970년 서울 출생으로 이화여자대학교 서양화과와 암스테르담 라익스 아카데미에서 수학했고, 쌈지스페이스 레지던스 프로그램에 참여했으며 2008년에는 에르메스 미술상을 수여한 바 있다.


2015-01-23 00:03 업데이트됨

공지사항

<오래된 편지>는 4회 APAP를 위한 송상희의 프로덕션의 일환으로 진행되었습니다.